페루는 ‘저쪽’이라는 뜻
고려는 ‘높고 화려하다’, 조선은 ‘아침이 밝은 나라’, 일본은 ‘해가 뜨는 곳’, 중국은 ‘가운데 나라’, 세계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의 이름은 멋지게 짓게 마련, 그런데 페루는 엉뚱하게도 그냥 ‘저쪽’이라는 뜻인데, 이 웃지 못할 이름에는 원주민들의 뼈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16세기 스타일의 국제화는 군사, 경제, 기술력이 부족한 나라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 금은보화를 도적질해서 배에 가득 싣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1492년 콜럼부스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내디딘 수많은 사람들은 약탈을 위해 이 신대륙으로 향했다.
1511년 빌모아라는 스페인 사람이 용병을 거느리고 남아메리카의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죄다 금으로 만든 커다란 귀걸이를 한 원주민들 본 이들은, 눈이 뒤집혀서 닥치는대로 원주민들을 죽였다. 그래서 추장은 그들을 쫓으려고 한 가지 꾀를 냈다.
“서쪽으로 가면 금이 얼마나 흔한지 모두 금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다오” 빌모아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게 대체 어디요?” 추장은 서쪽을 가리키면서 “삐루”라고 대답했다. 원주민 말로 ‘저쪽’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골드맨들의 나라 ‘페루’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했으니, 그 악명높은 피사로가 페루에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