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에 관한 동서양의 차이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서양인들도 동양인 못지 않게 체면을 중요시 했다. 하지만 서양과 동양이 생각하는 명예, 즉 체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들을 죽여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프랑스에 마테오 팔콘이라는 농장주가 살고 있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집에서 범죄자를 체포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범죄자가 자기 집 대문에 침을 뱉으면서 “이 집은 체면이 없는 가문이다”라는 저주를 퍼 붓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집에 들어와 보니 어디서 났는지 아들은 고가의 시계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전 잡혀 간 범죄자가 숨겨준 대가로 준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오자 배신을 하고 범죄자의 숨은 위치를 알려 주었던 것이다. 팔콘은 아들을 숲속으로 끌고 가 자기 총으로 쏴 죽이고 가문의 명예를 되 찾아야 했다.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체면, 곧 명예는 자기 입으로 한 번 약속한 일은 죽더라도 반드시 지키는 ‘언행일치’였다. 명예를 가리키는 “honor”와 여기서 파생된 “honest”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정직하다’ 즉 ‘잘못을 감추지 않고 고백한다’는 의미보다는 자기가 한 번 뱉는 말, 한 번 맺은 계약은 죽더라도 지킨다는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