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두 얼굴」
욕망은 야누스와 같아 앞뒤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욕망이 아장아장 두 발로 땅위를 걸어갈 때 우리는 그것을 미덕이라 부른다. 일상에 필요한 긴장감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우리는 성취욕 또는 야망이라 일컫는데 적당한 욕망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하면 그것의 이름은 탐욕으로 바뀌고, 마침내 그 날개가 꺾이어 땅 밑으로 추락할 때 그 얼굴은 파멸로 바뀐다. 내 욕망도 처음엔 깃털처럼 가볍고 조약돌처럼 조그마한 것이었다. 그런게 그것이 어느 틈에 거대한 아귀를 벌리고 나를 집어 삼키려 마구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나는 헛된 바람을 안고 욕망이란 전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가다가 ‘묘지’란 이름의 전차로 바꿔 타고 어느 한 정거장에서 정신없이 내린다. 욕망이 거부할 수 없도록 두 팔을 뻗쳐올 때 우리는 기억해야 하리라. 욕망의 본질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
이제 나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좋아만 할 뿐, 나는 한 걸음 나아가고 한 발자국 물러서며, 약간 잃고 약간은 얻으며, 조금 기뻐하며 그리고 조금은 슬퍼하고 싶다. 이제야 나는 알겠다. 욕망이라는 전차를 바라보며 ‘묘지’와 ‘극락’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이 가을에 나는 비로소 철이 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