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면서」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낙엽은 어느새 날아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보다.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벽을 온통 둘러싸고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릴 때쯤에는 벌써 거들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별일 없으면서도 쉴 새 없이 궁싯거리고, 생각하고 하면서, 생활의 일이라면 경시하던 것이, 그런 창조적, 생산적인 뜻을 발견하게 된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깊어가는 가을이, 이 벌거숭이의 뜰이, 한층 산 보람을 느끼게 하는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