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평선을」
오늘 보고 싶은 건 하늘까지 맞닿은 수평선이다.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할 만큼 둘은 한 가지 색조에 풀어져 시야의 끝머리에 가로누워 있으리라. 그 꿈속 같은 광경을 능히 현실인 듯이 상상해낸다. 아슴푸레한 저편까지 포물선을 그으며 높이 멀리 이어져 있을 그 수평선을.
언제나 생각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주변엔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종교외와 자연과 예술만 하더라도 이에는 제약이 없고 특권자도 없으며, 원하는 이가 원하는 만큼을 누려도 좋은 전적인 허용만이 있을 뿐이다. 산의 장쾌함과 바다의 무량함도 가실 위대한 관현악 안에서 호흡을 맞추는 악기들같이 서로 도와 조화에 나아가고 있음을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바다에 가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면 오늘도 역시 그 수평선은 유순한 양떼들처럼 드러누워 느리고 유장한 심호흡을 하고 있으리니 그 맥동 가히 손에 잡히는 듯하다. 거기에 선 지친 몸도 커다란 요람 속에서처럼 포근히 쉬게 될 것임을. 천천히 흔들어주는 손길로써 온갖 긴장과 피로를 만쳐 치유해줄 것이리라.
수평선이 보고 싶다. 배를 타고 한없이 바다 위를 흘러가면서 바다와 하늘이 미주 보는 광활한 공간에 안기고 싶다. 하늘 청청, 바다고 청청, 그 광경을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씻어주고 새롭게 해줄 거대한 세척장. 내 오늘 보고 싶은 건 수평선이다. 바람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한 겹 입혀져서 꿈속처럼 아득한 그 수평선이 보고 싶다. - 김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