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에도 방지턱이 필요합니다」
한 출판사 편집자가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권위적인 저자가 한분 계신데, 어쩌다 미팅할 일이 있으면 늘 다짜고짜 반말을 하니 자존감마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이럴 때 참 어렵다.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내가 속한 조직에 불이익이 될 것 같을 때, 혹은 어려운 상사나 중요한 클라이언트 앞에서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켜야 할 때 가만히 있는게 정말 최선의 선택일까.
물론 우리의 반응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빌런들이 존재하니 특단의 강경책이 필요하겠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이상해 보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상대와 약간의 마찰력을 만든다면, 그들이 괴물이 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도로 위의 과속 방지턱처럼 약간의 불편함이 서로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건 갑에 대한 예의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것. 무례한 상대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지만, 같이 무례해질 필요는 없다. 구겨진 표정으로 투덜거리거나 비열해지라는게 아니라 정중하게, 내가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알려주는 거다. 표현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정중함을 잃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건 별로 없다.
만약 그럼에도 불이익이 생긴다면, 그런 곳 혹은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떠나는게 좋을 수 있다. 그러니 아주 작게라도 표현해보자. 무력해지지 않기 위하여. 서로의 존엄한 삶을 위하여.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