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다.」
회사 후배였던 그녀에겐 오랜 친구가 있었다. 평소에는 좋은 친구였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칭찬하면 “얘가? 난 전혀 모르겠는데”라고 정색하며 사람들 앞에서 깍아내리곤 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상해도 어색하게 웃어넘겼고, 친구는 무례는 반복됐다.
왜 가만히 참고만 있냐고 묻겠지만 사실 감정을 표현한다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문화에서 찾을 수도 있는데 서양의 진리 탐구의 롤모델이 소크라테스라면 동양은 부처가 아닐까. 서양이 광장에 모여 토론을 통해 진리를 탐구해왔다면, 동양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행을 통해 추구해왔고, 말이 없는 사람을 점잖고 신중하다고 평가하곤 했다.
웃을 때조차 입을 가리고 웃는 것을 예의라 배울 만큼 감정 표현의 절재를 요구했다. 그러다 보니 진의를 숨긴 의례적인 표현도 많고, 두리뭉실한 신호로 상대의 의도를 판단하는 간접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발달하게 됐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건 갈등을 다른 형태로 만드는 것이고, 분노로 관계를 망가트리거나 참다가 병이 나는 것 모두 건강한 자기 표현을 배우지 못한 비극인 것이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냐고 묻고 싶겠지만, 그걸 꼭 말로 해야 할때가 있다. 건강하고 원할한 관계를 위하여 당신의 마음을 위하여,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