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과거의 문제로 여기지는 말 것」
나는 어릴 적 유치원에 갈 때마다 울었다. 엄마는 우는 나를 유치원 버스에 밀어 넣었는데 서럽게 울며 이끌려 가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엄마와 분리불안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얼마전 약속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학창 시절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닐 때도 늘 지각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아침 잠이 유독 많아서 맞고, 혼나고, 학점이 안 나와도 어쩔 수가 없었고, 회사에 다닐 때는 매일 지옥을 봐야 했다. 그 기억들이 떠오른 순간, 그토록 유치원에 가기 싫었던 이유가 분리불안이 아니라 아침 잠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곧잘 어린시절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진단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지하고 기억은 감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슬플때는 슬픈 기억이, 우울할 땐 우울한 기억이 난다. 물론 과거를 통해 문제의 시작을 진단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과거에 붙들려 기억을 곰0는 것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원망이 아닌 애도다. 연약했던, 애처롭던, 안쓰럽던 과거의 자신에게 얼마나 힘들었냐고, 얼마나 외로웠냐고, 어린 시절의 나를 달래주어야 한다. 잘 버텨서, 잘 견뎌서 이제 더는 겁먹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갈 자격이 있고, 더 많을 걸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