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함이라는 위로」
언젠가 조금 먼 거리에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가는 동안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자신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섬세하게 배려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서운함을 토로하셨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친구가 전화해서 ”요즘 왜 연락이 안돼“라고 묻는 말에 실망해서 절교를 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좀 혼미했는데 남을 섬세하게 배려한다는 기사님의 마지막 반전은 길을 돌아가서 택시비가 만원이 더 나온 거였다. 평범한 안부 인사가 우울증에 걸린 이에겐 비난으로 들릴 수 있던 것처럼 상처가 꼭 누군가의 악의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직장에 다니는 친구의 고민은 자랑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든 사람에겐 친구의 힘든 육아가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가 처한 입장에 따라 상대의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는 거다. 그러기에 약간의 둔감함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 혼자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며 자기 연민과 분노에 빠지지만, 내가 받은 상처를 상대가 전부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상처를 주지 않는 조심성도 필요하지만, 상처에 대한 너그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상처투성이가 된다. 상대의 실수에 조금은 눈감아 주고, 상대의 행동에 의도를 찿지 않는 둔감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