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세상에 호의를 베풀 것
나는 모르는 사람을 잘 도와주는 편이다. 길을 묻는 노부부에게 내릴 역과 갈아탈 버스를 찾아 적어주기도 하고, 어떤 여자의 뒤를 쫓는 수상한 사람들을 보고 여자를 불러 세워서 다른 길로 가게 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오지라퍼’가 된 것은 배낭 여행에서의 기억이 컸다.
내가 약자가 된 순간 작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그때마다 기꺼이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괜히 모르는 사람을 도우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더 나이가 들면, 나 같은 사람들이 엄마를 도와줄 거라 밀했다.
도음이 필요한 순간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점점 더 마음을 닫게 된다. 나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대신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조심성과 신중함이지, 불신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다수의 선의를 믿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세상이 선의를 베풀만한 곳이라는 확신을 주고 싶고, 내가 어려운 순간, 누군가가 손 내밀어 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