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경계를 지켜줄 것
늘 밝은 모습에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대학 시잘 과제의 쓰나미에도, 회사의 철야 근무에도 그 친구가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친구의 그런 모습에 다들 신기해했다. 과연 그늘 한 점 없는 인간이란 가능한가?
10년 넘게 본 친구로서 짐작하건대. 그 친구는 그늘의 면적이 남들보다 넓지 않은 것 같다. 체력도 좋은 뿐더러, 마음도 건강하고, 예민하지 않다. 다만 친구에겐 넘어서지 않고, 넘어오게 하지 않는 개인의 영역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당연히 남인데 경계를 침범하는 관계에 익숙해졌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친밀감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낱낱이 확인하고 서로의 경계를 잃는 것만이 좋은 관계는 아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경계의 통행권을 요구할 수는 없다. 개인의 사적 영역을 완전히 헤집는 관계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좋은 관계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며, 좋은 우정이란, 안정감이 담보될 수 있는 거리에서 친밀감으로 함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