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의 고함소리
발바닥의 물집과 뒷꿈치의 상처들이 찌걱대는 행군의 막바지쯤에는, 항상 고참들의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정신차리고 발목에 힘줘서 걸어!‘ 군장은 왜 그리 무거워만 지는지 수통의 물도 다 비우고, 치약까지 짜서 버렸는데 말이죠.
그래도 허리는 숙여지고, 철모는 땀에 미끌려 눈을 덮고, 잔돌맹이에도 발목이 휘어지는 상황, ’정신차리고 발목에 힘줘서 걸어!‘ 얻어맞듯이 내리치는 고함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발목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되는데, 발목에 힘을 주고 한발한발 디디며 살아야되는데, 이제는 어깨를 파고들 듯이 내리누르는 군장대신, 만신창이가 된 마음이 있고, 그보다 더 크고 무거운 현실이 있는데... 뒤에서 고함치던 고참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호통 치던 고참, 당시에는 정말 밉고 힘들게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험한 세상 밖으로 나올 때는, 가끔은 넘어지지 말라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그렇게 고함치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 들 때 있죠. 그래서 가을은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라 하는가 봅니다.
Sia – Chandel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