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s In The Sun
대학엘 진학하면 제일 하고 싶은 건 미팅이 아니었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기르는 것도, 오월의 축제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럼 뭐였을까? 대학엘 진학하면 그룹사운드, 오직 록밴드를 조직해서 대학가요제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그땐 그랬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로 기억한다. 카톨릭 대학에 다니는 외삼촌이 있었다. 내눈에는 모범생 중의 모범생, 수재 중의 수재, 게다가 바이올린 연주의 대가인 이 분은 학자나 판 검사가 되어야 했는데, 하필 굳이 사제의 길을 정진하던 잘생긴 외삼춘이다.
방학이면 내 공부까지 봐준 이 분이 카톨릭 대학 축제에 우리를 초대했는데, 누나들은 괴성까지 지르며 그날을 기다렸다. 초등학생인 나는 축제 피날레인 콘써트장에서 그룹사운드를 처음 대면했다. 그 화려한 사운드에 가슴은 벌써 터져나가고 정신은 혼미했다. 한마디로 죽였다.
공연의 주인공은 가톨릭대 재학생 밴드였는데, 이럴수가 노래와 건반을 우리 삼촌이 맡고 있는 게 아닌가. 한번도 보지 못한 마이크를 목에 걸고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었다. 보고 있는데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때 처음 들은 노래 Seasons In The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