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passion)
인간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등장하는 인물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하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라고 한다. 이 감동의 힘으로 로마제국을 굴복시킨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초기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리스어로 ‘아프다’를 뜻하는 단어는 ‘pathos’인데, 초기 기독교인들의 설교는 사람들을 논리로 설득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으로 ‘아픔’ 즉 ‘pathos’를 자극한다고 해서 ‘passion’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영어로도 격한 감정과 열정을 ‘passion’이라고 말할 정도다.
예수는 핍박 받는 자가 천국에 갈 것이고,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기버다 힘들다는, 당시 누구도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용감한 말을 외치고 다녔다. 그러니 부귀영화를 거머쥔 로마의 엘리트들이 ‘부자는 나쁘다’고 설교하는 예수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러나 예수를 잔인하게 제거한 귀족들과 보수파들과는 달리 아무도 자기 편을 들어준 적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로마의 서민들은, 자신들을 위해 엄청난 고통, 즉 ‘passion’을 감수한 예수의 아픔을 느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으니, 로마 황제도 결국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