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건 백작
날씨가 쌀쌀해지면 셔츠위에 카디건이라는 스웨터를 걸치지만 정작 카디건 백작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19세기 영국의 어마어마한 돈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영국은 귀족으로 태어난 사람은 시험없이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서 카디건은 옥스퍼드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업에 싫증을 느낀 그에게 아버지는 부랴부랴 국회의원직을 사주었는데, 그마저 게으름을 피우다 당에서 쫓겨났다. 당시 귀족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어도 장교가 될 수 있던 사회로, 그는 인도에 가서 장교 생활을 한다. 1850년대 영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지루한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운 좋은 사나이 답게 살아 돌아아와 졸지에 영웅이 됐다.
영국으로 돌아온 카디건은 과장된 무용담을 만들어 떠들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카디건이 군생활 속에서 추위를 견디느라 뜨개질 조끼를 걸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았고, 기업들은 돈벌이를 위해 뜨개질 조끼에 ‘카디건’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구 찍어냈다.
그는 죽어가는 아내를 병원에 쳐박아놓고 다른 여자와 연애하다가 외이프가 죽자마자 그 여자와 결혼을 하는 등, 여전히 제멋대로 살았지만 아무도 그가 형편없는 군인이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여왕마저 그에게 국방부의 중책을 맡겼다. 그가 바로 대영제국의 귀족, 즉 ‘젠틀맨’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