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ummer Night
그땐 홍콩영화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흥행은 보증수표와 같았다. 오전부터 개봉관 앞엔 줄이 늘어섰는데 암표가 등장하고, 긴 행렬이 극장을 에워싸는 광경은 뉴스에까지 소개될 정도였다.
그 와중에 홍콩발 러브스토리가 영화관을 강타했다. 사랑의 수잔나. 주인공인 여배우 '진주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녀는 연기만 아니라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한국에선 찿아볼 수 없는 전천후 스타였다. 이 영화는 그해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그 즈음, 나는 팝송 한 곡쯤은 불러야겠다는 작심으로 비장의 노래를 준비했다. 그래서 고른 노래가 바로 청춘의 찬가였던 사랑의 스잔나의 ‘One Summer Night’이었다. 가사를 외우고 또 외웠다. MT든 서클모임이든 심지어 교회 송년회 자리까지 기회만 오면 이 노래를 불렀다.
One Summer Night, 그렇게 짧은 청춘은 빠르게 지나갔던 것일까. 언젠가 동기들 단체 카톡방에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대성리, 그날의 추억 속에서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빛바랜 사진...비는 억수로 내리는데 백신 맞은 어깨를 비비고 또 비비며 모처럼 빙그레 웃는다. One Summer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