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속삭임
예배가 끝난 후 그 남학생은 혼자 남아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귀에는 그 피아노 소리가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쟤는 왜 혼자서 피아노를 치지?” 몹시 궁금했지만 꾹 참았었다.
나는 차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피아노 연주를 마음 놓고 듣기에는 너무 어색한 사이였다. 차라리 먼저 말을 건네오면 퉁명스럽게라도 대답할 용의가 있는데... ‘치이~’ 평소 과묵했던 그 남학생은 한마디 말도 없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매달리던 대학입시 결과에 만족하던 신입생 시절,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그때쯤 그 피아노 곡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리챠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졸업을 앞둔 해였던가. 소예배실을 지나쳐 가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들었을 뿐인데 가슴이 마구 뛰었다. 망설임 끝에 문을 열었다. 거기엔 군복을 입고 있던 그가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지금의 제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