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수집의 변」
언제부터 얻은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렘프를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등 가게에 가서 새것을 사는 일은 드물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것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중고 램프는 불이 켜 있지 않을 때는 다소 퇴색되고 낡아 보이지만, 불을 켜고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어릴 때의 램프는 어둠을 밝혀주는 빛의 원천이라기 보다는 언제나 아름다운 신비의 대상이었다. 유년시절 시골집 대청마루에서 하얀 한지를 발라서 만들어 놓은 등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었다. 그때에 십릿길을 걸어 학교에 갔다가 늦으면 어머니는 항상 등불을 들고 동구 앞까지 마중을 나오시곤 하셨다.
부잣집 대문 앞에 켜져 있는 외등이 아니어도 좋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아직도 빈 시간만 찾아오면 중고품 가게에 들러 남들이 사용하다 버린 램프를 주머니를 털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한다. 비록 방에 놓아 둔 램프에 불을 밝히지 않는다 할지라도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램프들의 숲에 찬란하게 불이 켜져있는 꿈을 꾼다.
램프를 수집해서 불을 켜고자 하는 욕구는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태어날 때부터의 욕망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자는 물론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망자의 길을 비춰주고자 하는 슬픈 인간의 부질없는 희망인가. 나는 오늘도 빈 시간이 있으면 꺼져 있는 램프를 찾아 집을 나선다. - 이태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