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가 굽실대던 시대
언제부턴가 고객을 ‘손님’으로 부르지 않고 ‘클라이언트’라는 폼 나는 단어로 불러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클라이언트는 원래 ‘허리를 굽히는 사람’, 즉‘아랫사람’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허리를 굽히는 사람’이 오히려 콧대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허리를 굽히도록 하는 사람으로 변했을까?
고대 로마에서는 아직 ‘정치’라는 개념이 없을 때, 로마의 모든 시민들을 아들로 여기고 아버지처럼 다스리라는 의미에서 라틴어 ‘pater’로 불리는 100명의 유능한 사람을 뽑았는데 그들의 명칭에서 ‘patron’이 나왔다. 이들은 자기 집 문을 열어 놓고, 위급환자가 생겼거나, 이웃과의 갈등으로 공정한 판단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 오도록 했다.
이 국가 공인 ‘아버지들’에게 로마의 모든 시민들은 아들이 아비를 대하는 것처럼 예우를 갖추어 머리를 숙였기 때문에 민원을 들고 찾아온 시민들을 ‘절하는 사람’, 즉 클라이언트라고 불렀다. 바로 이 ‘patron-client’ 관계는 로마 사회의 기초 윤리이자 사회의 골격이었다.
당시 로마에서는 평민이나 노예, 이방인들은 피해를 입어도 직접 법에 호소할 수가 었었다. 이들이 주민들에게 해준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클리이언트가 손해를 보게 되었을 때, 대신 법정에 서주는 일이었다. 나중에 돈 받고 대신 법정에 서주는 변호사가 생기면서 클라이언트는 ‘변호사의 의뢰인’으로 의미가 변했고, 점차로 고객을 클라이언트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