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킬 수 있는 언어」
인터넷에서 ‘못된 직장 상사 대응법’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상사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라는 내용인데, “팀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떤게 부족한지 알려주시면 고치겠습니다” 같은 예문들이 있었다. 그런데 댓글들을 보니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신이 내 상사를 만나봐라. 그 말이 나오나”
예문의 한계가 바로 이 지점이다. 내가 겪는 상황이 상대에게 딱 맞아떨어질 수 없을뿐더러, 꼭 맞는 언어도 아니다. 설령 어떤 화법의 매뉴얼이 완벽하다 해도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면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형식만 남을 뿐 힘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기본적인 원칙은 지키되, 나에게 맞는 언어로 만드는 것이고 그러려면 응용과 연습은 필수다. 내 경우에는 화가 나는 상황에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가 있는데, 화낼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그래서 “황당하다”. “뭐하시는 거냐” 같은 표현이 나오려 할 때 “당황스럽다”, “난처하다” 같은 표현으로 바꾸어 말했다.
화법은 천성이 아닌 기술이다. 저절로 완성되지 않으니 타고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겨선 안 된다. 조금 더 이야기 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하며, 연습하고 수정하고 시도해 나가자. 나를 지켜주는 언어는 그렇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