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건 더럽고 치사한 일이 아니다」
종종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을 들을 때가 있다. 갑질하는 고객, 무책임한 상사, 양심없는 오너. 개인적인 사정을 모르니 그만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뾰족한 수가 없어서 ‘돈 버는 게 원래 더럽고 치사하다’는 말을 뱉으려다가 문득 그런가 싶은 의문이 생겼다.
나도 견뎠으니, 너도 견뎌야 한다고. 세상이 원래 그런거라고. 돈 버는 건 원래 더럽고 치사한 일이니, 돈을 벌기 위해선 응당 무례와 괴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갑질은 늘 그렇게도 당당했다. 유명세에는 얼굴없는 이들의 비난과 악플이 포함되어 있다고. 월급에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그런데 꼭 더럽고 치사하게, 모두가 공평하게 모욕과 불행 속에서 살아야 할까. 아니, 우리는 모욕의 재생산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세상이 이렇게 돌아갔건, 원래 더럽고 치사한 거라고 체념하고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 모욕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함부로 모욕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더럽고 치사했다고 되돌려 주지는 말자. 모욕당하는 방법은 그것에 굴복하는 것이다. 사람은 요구하는 만큼만 종중받게 된다. 적어도 그 모욕에 익숙해지지 말자. 그래야 우리가, 또한 사랑하는 이들이 더럽고 치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