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여행에서 우연히 한국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명문대에 가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부모님의 권유로 고등학교 때 유학을 했고, 대학까지 마치고 돌아와 한 증권사에 취업했다고 한다. 그는 그게 참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회사 선배들도 대부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오래 남았는데 내 청소년기를 말하자면 흔치 다니는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공부에 대한 압박을 거의 받지 않고 지냈다. 그런데 때가 되니 공부에 관심이 생겼고, 고민은 많았지만 알아서 진로도 찾고 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누구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고, 어떤 꽃이 돼라 강요하지 않아도 적덩한 물롸 햇빛만 주면 알아서 저머다의 꽃을 피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그의 이야기가 신기할 수 밖에. 그럼 누구의 생각이 옳은 걸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논리를 수용한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통해 삶을 바라볼 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체득된 논리와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신념이 경직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에 지금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반복되는 충돌이 생긴다면 설득될 용기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