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견딘다는 것」
대학 시절 친구 자취방에 갔다가, 화장실의 물때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내가 화장실 청소를 잘해서가 아니라 해본 적이 없어서였는데 언제나 물때가 생기기 전, 엄마가 청소를 해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항상 깨끗하게 청소된 집에서, 말끔히 세탁된 옷을 입었으며, 밥솥엔 항상 밥이 있었다.
내게는 늘 당연했던 그 일상에는 엄마의 수고가 있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늘 이런 식이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루하고도 고된 일이지만, 겉으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기에 쉽게 간과된다. 하지만 그 노력을 중단하는 순간, 물때가 끼고, 더러운 옷이 쌓이고, 방바닥엔 발 디딜 곳이 사라진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을 돌봐야 한다. 어떤이는 피곤한 아침을 견디며 출근했고, 어떤 이는 고단한 하루를 버텨냈으며, 어떤 이는 가족을 돌봤고, 아이에게 삶을 주었다. 살아간다는 건, 파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안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수고했다는 그 평범한 인사가 그렇게도 좋았다. 주저앉지 않기 위해 애써온 당신에게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무게를 담아, 한 번쯤,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은 그대의 최선이자 성취다. 사느라 너무나 애썼다. 그리고 잘 버텼다. 정말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