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음악살롱, 이성호 입니다

포항CBS 표준FM 91.5MHz

  • 방송시간 : 토 오후 5:05 ~ 6:00
  • 제작 : 이성호
  • 진행 : 이성호

「신세도 좀 지고 삽시다」



「신세도 좀 지고 삽시다」



나는 신세 지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도 부탁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빚지는 마음을 갖느니 차라리 혼자 해결하는 게 마음 편했고,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도움을 구하지는 않는 것을 내심 떳떳하게 여기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 대체 나는 왜 그렇게 신세 지는 걸 못 견딜까? 사실 신세지지 않는다는 떳떳함과 자부심 뒤에는 도움받지 못한 순간에 대한 미움과 혼자 감당해온 시간에 대한 연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건 혼자 감당하려는 마음은 타인과 거리를 두게 했고 스스로를 고단하게 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가 찬숙에게 아들 필구를 잠깐 맡아줄 수 있냐고 묻자, 찬숙은 이렇게 말한다. “그 소리를 하는데 뭘 그렇게 애를 쓰냐. 네가 아이를 맡겨야 나는 아이를 맡기지 않겠냐” 어쩌면 당신도 오랜 시간을 낯선 섬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버텨왔을지 모른다.


겁먹지 않고 주변에 손을 내밀고 나 역시 상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이제 신세 좀 지고 살자.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쁨을 누군가에게 주자. 나약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하여 우리에겐 도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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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책과 음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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