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꽤 활달한 사람임에도 새로운 집단에 가면 낯을 가리곤 했다. 첫 만남에서 낯을 가리며 실제 내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은 나를 말이 없고, 얌전한 사람이라 여겼다. 부단한 노력으로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낯가리는 분들에게 비결을 전수하지면 의식적으로 긴장하지 않는 척하는 거다.

    그런데 어떤 이가 말하길, 그렇게 해봤더니 주변에서 억지로 밝은 것처럼 연기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했단다. 어떤 게 달랐던 걸까. 낯을 가린다는 건 낯선 상황에 움츠러들고 긴장되어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복학생 선배가 남발하는 유행어에 얼마나 난처했던가. 

    우리는 종종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가 꼭 유쾌함이나 재미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누군가는 잘 들어주고, 누군가는 즐겁게 웃으며, 누군가는 한결같이 곁에 있어준다. 

    다른 사람인 척 애쓰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러니 다른 모습으로 위장하지 말자. 대신 긴장을 풀고, 관계에 진심을 보이며 편안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솔한 관계를 맺는 시작점이다. 당신은 당신다울 때 가장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