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찾기」

    사실 내게 인간관계는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다른 고민들이 내 삶에 꽉 차 있었을 뿐 아니라 관계에는 꽤 자신이 있었다. 그건 진솔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자신이었고, 무리하지 않도록 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그 자신이 깨지기 시작했다. 

    내가 완벽하게 신뢰했던 관계를 상대는 전혀 다르게 여기고 있었고, 새로 시작한 관계는 나의 옹졸한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뭘 놓친 걸까? 나는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관계에 확신이 차 있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자 깨달은 건 ‘관계를 자신한 것’ 그 자체가 문제였다는 사실이었다. 상대가 감춘 속마음을 알 길이 없고, 내겐 일상적인 행동이 누군가엔 무례일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흠없는 인격을 가지지도 못했다. 그걸 인정한다는 건 불편하고 슬픈일이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역시 그런 자신감이 사라지고 나서야 상대의 마음을 더 주의 깊게 물을 수 있었고, 내 행동을 돌아볼 수 있었고 상대에게도 조금 더 관대할 수 있었다. 나는 관계에 대한 자신을 되찾는 대신 자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그 불안전함을 안고 살아가기 위해 균형을 찾아야 했다. 

    나와 관계 사이의 균형, 신뢰와 불신 사이의 균형, 경계와 하용치 사이의 균형, 혼자의 외로움과 관계의 괴로움 사이의 균형. 수많은 순간의 균형을 찾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