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단 한 번뿐인 시간을 발견하는 눈」
누군가 내게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유토피아는 어디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오래된 원형경기장을 떠올릴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마을에 혜성처럼 나타난 모모라는 소녀가 사는 그곳, 한때 원형경기장이었지만 이제 폐허나 다름없는 버려진 장소가 왜 내 마음속에는 유토피아로 각인되었을까.
사람들은 모모를 고아 소녀라고 판단하고 돌봄과 양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모모, 그런 모모를 아무런 차별 없이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 폐허가 된 원형경기장에서 모모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우정의 커뮤니티가 탄생한다. 모두가 모모를 조금씩 돌본다. 그러나 훨씬 커다란 도움은 사람들이 모모로부터 받는 기적 같은 위로다.
모모와 이야기해 본 사람들은 안다. 모모가 얼마나 마음을 다해 듣는지. ‘모모의 경청하기’는 어떤 힘을 지녔는가. 사람들은 모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모모는 단지 사람들의 말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들어저기만 했고, 사람들은 모모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온갖 시름을 잊었을 뿐이다.
어쩌면 유토피아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막대한 예산이나 과도한 노력이 아니라 모모처럼 타인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따스한 마음이 전부가 아닐까. 서로의 시시콜콜한이야기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은 음악 소리로 들을 수 있기를. 모모가 불태우는 시간의 모닥불 곁에 있으면 우리 모두가 함께 따사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