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하세요(나나무스꾸리)
가을 국화가 한창입니다. 어렵잖게 5000원을 들여 두 개의 국화를 거실 앞 발코니에 화분갈이를 하고나니 오랜만에 햇볕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손을 씻고 잠시 앉았는데 유난히 국화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뷸현 듯 떠오릅니다. 나는 집을 떠나고 나서 어머니께 꽃을 사드린 적이 있었던가. 내가 지금의 딸아이 나이였던 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딸걱정만 하시다 인사도 없이 떠나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당신은 가을 들판을 참 좋아하셨지요. 이맘때가 되면 혼자서라도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곤 하셨습니다. 도시에선 보기 드문 작은 들판에 서서 바람과 꽃과 구름을 보고 왔노라고, 그렇게라도 숨을 트이지 않으면 겨울나기가 힘들거 같아서라시던 어머니. 홀홀단신 남한으로 정착한 후, 다시는 갈수도 볼수도 없는 북쪽 하늘을 바라보곤 하시던 그분에게 나는 천방지축 제 잘난 맛에 이죽거리던 무심한 자식이었습니다. 겨우 생각해낸 것이라곤 기도 말미에 용서를 구하는 가벼운 혀, 천연덕스럽게 늙어가는 몸뚱이... 오늘도 비록 얕은 가슴이지만 기도합니다. 어머니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