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몫을 외면하지 않을 것
“요즘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적당한 조언은 무엇일까? 당시 친구는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다. 거기다 회사의 어려움 때문에 정규직에서 갑자기 비정구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니까 친구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장시간의 노동과 고용 불안 때문인 거다.
삶의 최소한의 안정성 없이 실존의 문제는 위로로 덮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로가 아닌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삶만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이 불행한 이유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면, 개인의 불행은 자기착취적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곧 사회 문제임을 직시해야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골목상권의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대형마트가 아닌 재래시장이나 골목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파업에 나선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고, 기울어진 언론의 균형추를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대안 언론에게 후원할 수 있고, 속물들의 세상을 엎을 수는 없겠지만 서로를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가 3%의 소금 때문이다. 만약 세상이 어딘가 잘못되어있다면 우리 각자의 3% 노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각자의 몫을 하자. 내가 사는 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개인, 우리에게는 성숙한 시민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