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비난하지 말 것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을 인터뷰하는데 청소년인 아들이 엄마에게 전했다. “엄마 내가 나중에 벤츠 사줄게” 그 말에 엄마는 아들을 흐믓하게 바라봤다. 기특한 마음이다.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인지 어딘가 씁씁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 아이는 엄마에게 벤츠를 사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렇다는 거다. 탯줄을 끊는 순간 돈줄이 연결된다는 말처럼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양육비를 쓴다. 형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식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부모에게 엄청난 빚을 지는 것이다.
문제는 빚을 갚는 게 숩지 않은 데 있다. 취업이 어렵고 사회진출을 한다해도 월급은 빠듯하다. 결혼이라도 할라치면 은행에 빚을 지거나, 부모에게 또 다시 손을 벌려야 한다. 그후 자식을 낳으면 내 부모가 그랬듯 높은 교육비와 양욱비를 지불해야 하니, 부모님께 벤츨르 사 드릴 날은 오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잘못을 하지 않았다. 존재한다는 이유로 사회에 발을 내 딛기도 전에 빚을 안기는 사회, 그리고 그 빚을 갚을 방법은 내놓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부족을 탓하며 시달린다. 그러나 적어도 왜 빚쟁이가 됐는지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비난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