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엄마는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은 뒤 구안와사 후유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어린시절 난 한 번도 엄마 얼굴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소풍을 갔는데 같은 반 여자애가 우리 엄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어린시절의 나는 수영장에 놀러가면 몰래 숨어서 수영복을 갈아입었을만큼 부끄러움이 많던 아이였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얼굴에 열병 후유증이 남은 것을 어떤 부분에서,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친구가 산후 조리원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남편 직업은 무엇인지, 집은 아파트인지 주택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까지 물어본 후에 몇 명하고만 연락처를 주고받았다도 한다. 철없는 초등학생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무례하고 자기 기준에 따라 사람을 선별하는 이들, 꼴불견은 그들인데, 평범한 이들이 주눅들어 숨어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누구인가. “그 입 좀 닥치세요”라고 까지는 말 못하더라도 우리 부끄러워할 필요 없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말자. 타인을 함부로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가장 우스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