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해지지 않을 것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멈춰있던 차가 갑자기 달려들었다고 한다. 초보운전자의 실수였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길을 건널때면 차가 멈춰있어도 불안했다.
불안이란 과거의 부정적이고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다시 그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부정적 경험의 누적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불안감도 커진다. 우리는 불안할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산다.
예방하고 조심할 게 한두 가지고 아니고, 미디어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불안정한 경제는 삶의 무엇도 보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날이 서있고, 또라이는 넘쳐나며, 가습기 살균제가 살균이 아니라 살인을 한다.
이렇게 ‘보고’ ‘들은’ 우리는 과민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민해진 마음은 별일이 아닌 상황에도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둔해질 필요가 있다. 꼭 나쁜 쪽으로 흘러가라는 근거는 없으며, 낮은 가능성까지 하나하나 염려하며 살 수는 없다. 당신이 실제로 경험한 세상은 당신의 생각보다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