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기대를 위해서 살지 않을 것
나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대단한 포부나 큰 결단이 있었던 건 아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었고, 회사를 다니는 문제는 일단 책을 쓰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양욱방식 때문이었다.
게다가 중학교 시절까지 공부는 안 하고 만화책만 본 나와 달리,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는 언니와 한 번도 비교당한 기억이 없다. 그 덕분에 나는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내가 부담감에 짓눌려 산다고 부모님이 행복한 것도 아니고 안절부절 못한다 해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뿐이다. 그 삶이 부모님 기대에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충복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건 사랑이 아닌 채무감이자 강박일 뿐. 자식이 부모 뜻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 몫이다.
우리를 짖누르는 것이 부모님에게 받은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채무감이라면 살며 최선을 다해 갚으시라. 하지만 우리 삶까지 저당 잡혀 살지는 말자.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