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로도 행복할 것
어린시절 차를 타면 언제나 해가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일러문 정도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장차 나이를 먹으면 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아닐지라도 어딘가 특별한 어룬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여전히 소고기는 마음껏 먹기 어렵고, 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멋없는 일상은 계속된다. 그런데 평범한 어른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은, 비로소 어린시절을 떠나 보내는 지점이 아닐까.
씁씁하기는 하나 환상과 기대감에서 벗어나 보통의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 어른의 숙제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세일러문이 될 일도, 소로본 대학의 교수가 될 일도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동창들이 내 소식을 듣고 배를 아파하는 것도 아니고, 친척들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나를 우러러 보는 일도 아니다.
내겐 쓰고 싶은 글이 있고, 조금 더 잘해보고 싶은 그림과 디자인이 있다.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고, 수영을 배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이들을 만나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