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하는 삶
인터넷에 맞춤법이 틀린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그 아래에 ‘극혐’이라는 댓글리 잔뜩 달렸다. 나는 맞춤법을 틀리는 게 왜 극도로 혐오스러운 일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극혐, 개저씨, 설명충, 진지충, 급식충, 한남충 등 수많은 모욕과 혐오를 담은 단어들이 일상으로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쉽게 혐오한다. 이 혐오주의의 원인은 중산층 붕괴로 이야기된다. 지위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누군가를 내몰아 자신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되찾고자 한다. 결혼해서 전업주부를 하면 취집충, 아기를 낳으면 맘충, 설명을 하면 설명충, 진지하면 진지충이 된다.
웬만큼 잘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그 공허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타인에 대한 모멸이 되었다. 희미해진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일패감을 보상받기 위해 얄팍한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 타인을 모멸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찌질한가.
그 혐오에 모멸을 느낀 이들은 다시 혐오를 미러링한다.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불신과 삐긋하면 나 역시 비웃음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긴장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날카로워질뿐. 단언컨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는 세상에선 그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