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에 대하여
유럽에서는 ‘평범하다’를 뜻하는 거의 모든 단어가 욕으로 쓰인다. 서양인들은 귀족과 평민을 같은 인간이 아니라 마치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 다른 종으로 취급했는데, 지금까지도 “You have no class” 또는 “You are low class”등의 표현은 “너는 가난하다. 너는 하류증이다”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에비 애미도 모르는 천한 놈”처럼 “근본이 없다” “천박하다” “더럽다” “교육수준이 낮다” “교양이 없다”등 욕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긴 아주 잔인한 표현이다. 그래서 “정상이다”가 칭찬이고 “별나다”가 비난인 우리 표현과는 달리, 여전히 영어로는 “평범하다”가 최고의 욕으로 쓰인다.
예를 들면 영어 단어 ‘mean’은 ‘평균’을 뜻하기도 하지만, 옛날부터 중간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서, 나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발전했다. 이밖에도 저속한 행동을 영어로 ‘vulgar’하다고 하는데, 이 단어는 “귀족이 아닌 일반인”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고. ‘특권’을 뜻하는 단어 ‘privilege’ 역시 ‘평범한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는 의미에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 이유로 서양인들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많이 모인 곳에서 아무하고나 지내는 환경을 끔찍이 싫어한다. 그리고 우리와는 달리 유럽인들은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 먹으면 음식을 골라 먹을지도 모르는 인간이라며 무시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서양인들의 ‘개성’은 알고보면 이러한 ‘인간 차별’에서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