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건들」
혼자 심심하면 이따금 나는 낚시질을 했다. 강가에서 고기를 잡는 그런 낚시가 아니라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놀이였다. 긴 대나무 끝에 철사를 구부려서 장롱 밑과 가구와 가구의 틈바귀, 그리고 마루청 밑에 버려진 물건들을 끌어내는 일이다. 말하지면 잃어버린 물건, 생활 속에서 아주 잠적해버린 것들을 낚시질하는 장난이었다.
처음에는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간 연필을 꺼내려고 한 일이었다.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구석진 곳은 나에게 있어 ‘솔로몬의 동굴’과 같은 것이었다. 얼굴을 방바닥에 깔고 가구가 놓인 바닥 같은 데를 들여다 보면 먼지와 어둠 속에서 졸고 있던 물건들이 보이고, 이윽고 그 모습을 드러낼 때 기쁨은 절정에 달했다.
단추나 녹슨 호루라기 그리고 언젠가 잃어버렸던 삼각자, 지우개 연필 같은 것들이다. 그래도 내 마음은 흡족했다. “아 이게 여기 있었구나” 버려진 사물에는 버려진 생활이 있다. 인간은 사물과 함께 살고 있지만 사물은 훨씬 더 많은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어둠 속에서 퇴색하고 있는 그 물건들, 먼지처럼 묻어닜는 매캐한 그 냄새, 낡은 사진첩에서 먼 옛날의 얼굴을 찾아앴을 때 같은 그 서글픈 놀라움. 사라져 버린 퇴적 같은 그 애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거리를 지나다 이삿짐을 나르는 광경을 보면 나는 그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