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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는 이태동 교수가 엮은 우리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을 중심으로
‘꼭 한번 다시 읽고 싶은 한국 수필’ 모음집인 <아름다운 우리 수필>을 한 권 읽기로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우리 수필」법정, 박완서, 박경리, 이어령, 피천득 저 외 11인. 문예출판사. 2005 03 25).
「나무」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도,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도, 한여름 대낮과 별 얼고 돌 우는 동짓날 한밤의 외로움도 견딘다.
나무는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을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달은 달대로 새는 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같이 벗으로 대한다. 오면 오는대로, 오지 않으면 않는다 하여 불행해하는 법이 없다. 서로 마주 보기만 해도 기쁘고, 일생을 이웃하고 살아도 진심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한다.
나무는 가까운 친구끼리 서로 즐긴다느니보다는 제각기 하늘이 준 힘을 다하여 가지를 널리 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더 힘을 쓴다. 하늘을 우러러 항상 감사하고 찬송하고 묵도하는 것을 일삼는다. 그러기에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하여 팔을 쳐들고 있다. 그렇게 천명을 다한 뒤에는 하늘 뜻대로 다시 흙과 물로 돌아간다.
그러나 사람은 나무에게로 가서 제 이름을 새기거나, 자기 필요 닿는 대로 가지를 치고 송두리째 베어가곤 한다. 나무는 원망하지 않는다. 새긴 이름은 도로 키워지고, 베어간 재목이 혹 자기를 해칠 도끼의 자루가 되고, 톱의 손잡이가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죽어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으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