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중생 아니겠습니까」
평소 사생활에서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던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결혼 당시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혼 후 10여 년간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에게 아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친척들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갔고,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눈물이 난 자신의 손을 아내가 꽉 잡아줬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런 문제도, 상처도 없어 보였던 이들이 힘들었던 어린 시절, 짐금의 힘든 마음, 상처의 순간들을 꺼내놓을 때면 타인에 대해 우리가 얼미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왜 나만 이렇게 상처를 안은 채 살아야 할까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은 불행이 무게가 무거울수록 불행을 숨기고, 상처가 클수록 상처를 감춘다.
그래서 다른 이의 아픔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 혼자만 상처가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말 못 할 이야기를 품고, 조금씩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며,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 상처 입은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상처받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만의 불행이 아니라는 위안과 안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갖자. 다들 나만큼 자신의 마음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으며, 다들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