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해집시다」 

누가 보더라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던 친구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버텼지만 잠시 일을 그만 두게 됐다. 나는 자책하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어쩔 수 없다고 위로를 했는데 친구는 내게 이런 반문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다가 도태되는 건 아닐까?”

그는 왜 “괜찮다”, “어쩔 수 없다”는 흔한 위로조차 낯설어했을까.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우면 안 된다는 신념을 움켜지고, 어딘가로 떨어져 버릴까봐, 도태되어 버릴까봐. 자신을 탓하고 질책한다. 행복하고자 성취를 갈망했던 이들은 성취를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나도 “왜 이렇게 애매하고 어설프고, 이룬 것 없는 어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방황할 수 있고, 노력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결심했다. 나를 몰아세우는 대신 일을 했고, 책을 읽었으며, 글을 썼다. 내가 불투명한 날들에 무너지지 않고, 삶을 일굴 수 있었던 건 자책이 아닌 너그러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장기전이다. 자책은 여러 동기 중 하나일 뿐, 성취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나에게 너그러워도, 힘들 때 잠시 쉬어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위로와 다정함을 통해 앞을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고,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 오랫동안 애써온 당신에게 삶에서 스스로를 소외시켰던 당신에게 이제는, 다정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