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금지」
학창시절 우리 집에는 서울대 학격 수기집이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야 서울대에 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예를 들면 하루에 네 시간밖에 못 자서, 코피 나는 게 일과였지만 코를 틀어 막으며 영어 단어를 외웠다는 일화 같은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일종의 고통에 대한 미화였는데. 링거를 맞으며 일에 매진하는 사람을 보면 프로답다고 평가했고, 하루에 방울토마토 열 개를 먹으며 살을 뺀 연예인은 의지가 강하다고 여겼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강박적으로 완벽주의자일 때가 많았기에 성공한 이들이 자기 몸을 혹사하며 목표를 달성한 일화는 미담이 되곤 했다.
많은 이가 자신을 자원으로 삼아 스스로 속박하는 삶을 택했고, 자신을 충분히 착취하지 못한 이들은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 결과 사회는 점점 발전했고, 우리는 매우 열심히 살았음에도 정작 행복에 닿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개인의 착취로 지탱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고 한계를 넘은 시스템은 언젠가 붕괴한다.
한계를 넘으면 일시적으로 강인해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론 고장의 원인이 된다. 저마다 배터리 용량이 다르듯, 우리의 체력도, 충전의 주기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배터리의 잔여량은 남과 비교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회복을 위한 시간과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꿈도 열정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당산은 당신을 아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