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만」
엄마의 표현에 따르자면 나는 꼬박꼬박 말대답을 한다. 그러면 엄마는 ‘그러나 나중에 시집가서 쫓겨난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 말은 ‘딱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와 함께 엄마들의 유행어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루는 이 익숙한 말을 듣는데 마음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엄마들은 대체 왜 자식에게 쫓겨난다는 ‘시대착오’적인 악담을 하는 걸까. 아마도 그건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서 들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 말을 계속 들으면 자기표현을 할 때마다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스며들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엄마에게 “내가 나중에 시집가서 쫓겨냘까 봐 무서워하면서 살면 좋겠어” 물었다.
당연히 아닐 테다. 잠시 말이 없던 엄마는 그 뒤로 단 한 번도 그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다. 사실 정체성에 대한 유형화와 억압은 어디에나 있었다. 여성에게는 “여자애가 목소리 크면 안 돼”라는 말로, 남자에게는 “남자는 울면 안 돼”라는 말로 욕구와 감정을 억눌렀다. 이 오랜 억압은 자신을 옭아매고 대물림하게 된다.
그래서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그 말이 내게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하여. 이 불편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만약 그런 말들이 불안, 상처, 갈등의 씨앗이라면 당신이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 씨앗이 마음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적어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