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니코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
현대 유럽인들은 아테네를 서양 문명의 근원지로 매우 소중히 여긴다. 서양 역사상 처음으로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이 ‘옳고 그름이란 무엇인가?’ ‘남이 옳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와 같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테네는 청년들이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공터가 많았다. 그중에 ‘하얀 똥개 운동장’으로 불리던, 그리스 사람들이 불경하다며 기피하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외지에서 온 디어게네스는 청년들을 모아 이 공터에서 자신의 철학을 가르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똥개학파’ 즉 키니코스학파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견유학파’라고 점잖게 쓰지만 말이다.
반면에 사랑, 짙투, 증오, 우정 같은 감정들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며 감정 절재를 중요시 한 철학자 제논은 아테네 중심부에 있는 큰 베란다에서 수업을 했다. 지붕이 햇볕을 가려주었으므로 한낮에도 강의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 베란다는 광장에 지붕을 세운 것으로 그리스어로 ‘stoa’였으므로 이들은 ‘스토아 학파’로 불렸다.
인문학 용어들은 그 어원을 알고 나면 아주 단순하고 재미있다. 플라톤과 아카데미 학파는 올리브나무 철학자들이고, 디오게네스와 시니컬한 제자들은 개 같은 사람들이고, 제논과 스토아 학파는 베란다 학파인 것이다. 이렇게 어원을 되짚어보면 어렵게 느껴지던 학문이 옆동네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근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