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갑시다」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면 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런데 독자들에게 전부 기프티콘을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좋은 책을 쓰는 일이다. 자숙후 복귀하는 연예인들의 멘트 같지만 좋은 글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우곤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 모든 건 독자를 생각하는 작가의 훈흔한 마음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그러고 나니 글 쓰는 게 어려워졌다는 거다. 책임감과 부담감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압력은 오히려 마음의 연비를 낮추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강한 책임감,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을 바람직하다고 여기지만 이런 성격은 멜랑콜리 친화형, 그러니까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마음과 싸우는데 힘을 다 써버리니 정작 문제를 해결할 힘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아름다운 신념일지라도, 아무리 어른스러운 책임감일지라도, 때론 내려놓는 순간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죄의식이나 지나친 책임감 없이도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고 내가 손상되지 않아야 그다음도 있다. 우리의 마음에도 최적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