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터의 기본값」
얼마 전에 친구와 영화를 봤다. 신선하면서도 속도감이 느껴져서 취향 저격을 당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인터넷 반응을 보니, 열에 여덟은 호평이었지만 나머지 둘은 악평이었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본 터라, 악평이 도무지 공감되지 않아서 ‘경쟁 영화의 알바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지루해서 중간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서 리뷰를 찾아보니 이번에도 열에 여덟은 호평이었고 나머지 둘은 악평이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감상이 다르고 어느 정도의 부정적 평가는 기본값으로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품지만, 아무리 좋은 영화도, 아무리 좋은 식당도, 아무리 좋은 음악도,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듯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 되려 애써도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진 말자.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 해도 그 사실이 나의 존재를 훼손할 수 없고, 여전히 나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상처 주는 목소리가 아닌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게 그들의 애정에 대한 우리의 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