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 밑의 모임, 아카데미
우리나라도 시골에 가면 동네 할아버지들이 느티나무 밑에 놓인 평상 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장기를 두며 인생을 논하곤 하시는데, 아테네 역시 느티나무 대신 올리부나무 그늘에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아테네에는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아주 늠름한 올리브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 그늘 밑으로 플라톤이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들으려고 청년들이 몰려들곤 했었다. 오늘날에는 백화점 문화센터와 입시학원까지도 ‘아카데미’라고 부르는데, 예컨대 ‘음악 아카데미’는 원래 ‘음악을 논하는 올리브나무 그늘’이라는 다소 친근하고 촌스런 표현이었다.
서양 학문의 아버지로 불리는 플라톤이 활동할 당시에는 아직 학교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플라톤은 아테네 공터에 젊은이들을 모아 놓고 인생과 자연, 법에 대해 가르쳤다. 햇빛이 뜨거운 날에는 아카데미라는 이름을 가진 올리부나무 그늘 밑으로 데리고 갔다.
이후 플라톤의 제자들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학교를 세웠는데 이곳의 이름을 따서 ‘아카데미’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철학용어도 사실 그리스어로 풀어보면 엉뚱할 정도로 평범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