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는 조건이 없다」
나에겐 도저히 내 책을 읽지 못하겠다는 늦둥이 남동생이 있다. 뭐 가족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알게 되는 것 같다나. 이번에도 안 읽을 것 같으니 적어보자면, 동생이 아직 학생이다 보니 종종 용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서 주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동생이 부담스럽다고 얘기했다.
고맙기는 하지만 해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라는 생각도 했다고. 나는 이말을 듣고 “복에 겨워 하는 말이 이런 말일까”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동생은 정말 해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고맙지?”라고 물었고 “그러니까 부모님께 잘해”라는 말을 꼭 덧붙였었다.
나는 동생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조건을 붙였고 그게 동생에겐 부담이 됐던 거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마음은 정말 보상을 바라지 않는 호의였을까?
이유가 붙는 호의는 공짜 핸드폰에 따라붙는 약정처럼, 조건이 붙은 선심은 욕심이 된다. 돌아오지 않는 보상에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면, 상대는 처음부터 바란적이 없을지도 모르니 채무가 아닌 사랑의 관계가 되기 위하여 조건을 붙이지 않을 만큼의 호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