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시킬 용기」
<영재발굴단>이라는 TV프로그램에 초등학교 5학년 문제도 척척 푸는 여섯 살 아이가 나왔다. 이 똑똑한 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문제집을 설렵했다. 그런데 계속 관찰하자 가끔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답을 틀리기라도 하면, 아이는 지나치게 힘들어하며 장롱 안에 숨기도 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아이에게 이유를 묻자 아이는 더 대단할 걸 해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사실 문제집 풀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면 엄마가 실망한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겨우 여섯 살인데 삶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워도 되는 걸까.
하지만 엄마는 문제집 노동을 강요한 적이 없았다. 아이는 자발적으로 문제집을 풀었다. 언어에 민감하고 영민한 아이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서 심중을 읽었다. 맞히지 못했을 때 칭찬의 부재는 부모의 실망이라 추측한 아이는 문제풀이에 더 필사적이 되었다.
물론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자신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 어쩌면 당신에게 실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실망이 당신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다. 때론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킬 용기도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의 최선에 실망할 자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