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힘을 남겨두자」
처음 배낭여행 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터키의 작은 마을을 구경한 적이 있다. 날씨도 좋은 데다,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하니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그만 더’하며 가게 됐는데 어느 순간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깨달았다.
설상가상으로 날까지 어둑해져 한참 길을 헤매다 일곱 시간 만에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낮에 즐거웠던 기억은 사라지고 머릿속엔 힘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뒤로 내 여행의 철칙은 지금 당장은 너무 즐거워도 돌아올 시간과 힘을 남겨두는 것이다.
지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어야 좋았던 순간을 망치지 않는다. 이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내가 지치는 것을 외면한 채 무리하면, 어느 순간 좋았던 기억마저 잊게 되고, 관계에 대한 허무감과 미움이 들어선다.
컵에 물을 가득 채우면 쏟아지기 쉽듯이, 관계에 힘을 너무 들이면 오히려 망치기도 쉽다. 그래서 조금 더 할 수 있어도, 다음을 위해 멈추는 게 좋다. 오래 유지해도 지치지 않을 모습으로, 좋은 관계를 위하여, 돌아올 힘을 남겨두자. 그래야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