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개인적 취향」
몇 년 전 어떤 블로그 글을 읽다가 ‘발리에서 홀로 살아보기’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여유롭게 지내며, 명상하고, 글을 쓰며,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것. 상상만 해도 평화롭고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오랜 로망을 실현하고자 2주 일정으로 발리에 갔다. 그곳은 생각대로 좋았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발리에서 스쿠터를 못 타니 동선이 짧아졌고, 카페에 앉아서 일하다 보면 여기가 발리인지, 집 앞 스타벅스인지 도무지 구분되지 않았다. 게다가 혼자서만 지내는 낭만도 점점 청승이 되었다.
바랐던 로망과는 달리 유배지에 온 느낌 같았던 나는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나는 함께하는 여행이 더 즐겁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일정이 가장 좋으며, 일은 집 앞 독서실에서 제일 잘된다.
누군가는 긴 여행에서 여유를 느끼지만 누군가는 짧은 여행에서 설렘을 느끼고, 누군가는 회사 밖에서 떨림을 느끼지만 누군가는 회사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로망과 누군가의 기쁨을 흉내 내는 게 아닌 나의 로망과 나의 기쁨을 알아가자. 그게 우리가 조금 더 나답게 행복해지는 법이다.